"길을 잃었나요?"
그렇다면 오세요, 얼른요. 대신, 나에 대해 궁금해하지 말아요…
NAME
ASTRAY NAME
CLASS
BIRTH
AGE · HEIGHT
GENDER
익명
길잡이
아이로
라르케아 · 에흐게니아
256 · 177cm
-
1
외관
노랗게 변색되고 낡은 벽보 대신 막 뽑아내 뻣뻣한 벽보가 여기저기 붙어있다.
두 번의 삶을 살고 있는 자라면 익히 보았을 서술이다. 그러니 우리는, 이제 벽보가 아닌 직접 마주하였을 때 보이는 특징을 살펴보자.
등불을 든 손이 어둠을 걷어낸다. 타들어 가지 않는 금속 덩굴이 등불의 네 기둥을 우아하게 감쌌지만, 소유자의 무신경함으로 안쪽은 본래의 색을 잃어 새카맣게 변해버렸다. 불길은 마법을 부여하지 않고 순전히 인간의 정신력과 석탄 따위로 불꽃을 유지하니, 그것의 연료는 길잡이의 영혼 일부라 말해도 족할 테다. 그리 갖은 수고로움을 감수하여 밝히는 건 주변 일부와 지저분한 로브에 파묻힌 사람이다.
깊게 눌러쓴 후드 사이로 그림자와 대비되는 하얀 피부와 더해 가까이서 보면 알 수 있을 정도로 옅게 끌어올린 입꼬리, 눈을 가린 검은색 천은 이곳에서도 길잡이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한다.
바람이 불 때면 종종 로브의 바깥쪽으로 삐져나오는 머리칼은 변함없이 검푸른 색이나, 세상이 바뀐 지금 여전히 벽보와 똑같은 모양새를 하고 있을지는 알 수 없다. 그림자를 덧씌워 고정한 후드는 이제 바람에 벗겨질 일도 없으니 알고자 한다면 길잡이에게 직접 부탁하거나, 그가 정신 놓고 자는 틈을 노려야 할 것이다.
어디서 어떻게 봐도 수상하다는 표현을 사람으로 빚어 만든 것처럼 보이는 모습에 시선을 빼앗겨 놓치기 쉽지만, 등에는 철제 지팡이 하나를 매고 있다. 용도는 저번과 동일하게 등불에 연결 가능하다는 것만 제하면 보편적인 물건이다.
허리춤에 매달아 놓은 누런 지도가 하나는 거의 손대지 않았고, 그보다는 자주 펼치고 둘둘 말아 여기저기 찢어진 낡은 지도가 하나, 가죽으로 된 약초 주머니 여럿과 나침반 따위를 허리춤에 매달고 다닌다.
장소에 따라 달라지는 신발은 이곳, 라르케아에서는 발을 단단히 고정해주는 갈색 가죽의 칼리가가 되었다. 오른쪽 발목에 사도의 증명이 존재하며, 문양은 이전과 다름없이 불꽃을 감싸는 그림자를 연상시킨다. 평소에는 의류에 가려 드러나지 않는다. 여기까지가 이전 세계의 공통점이라 한다면―
이곳에서 추가된 특징이 하나 있다. 로브를 들춘 뒤에도 꽁꽁 싸맨 탓에 간신히 찾아볼 수 있지만, 몸 여기저기에 붕대를 감아두었다. 치장이라 하기에는 만날 때마다 그 위치가 달라지니 죄다 실용성을 위함일 테다.
2
신성
외로움
그의 신성은 이제 신조차 눈 감은 시간에 가장 많은 것을 할 수 있다.
길잡이에게 있어 그림자는 여전히 또 다른 수족이며, 자신 혹은 당신의 그림자는 언제고 신이 자격 부여해준 이에게 친애를 바칠 것이다. 따라서 세상이 변해도 여전한 길잡이처럼 신성 또한 이전과 크게 달라진 건 없다. 영역의 확장과 더불어 ‘융해’와 ‘모방’을 제외한다면. 길잡이는 이제 그림자뿐만 아니라 어두운 것을 다룰 수 있으며 빛 한 점 들지 않는 어둠 속에서 많은 것을 녹일 수 있다. 이는 인위적, 자연적 환경을 가리지 않기 때문에 제 신성을 상대에게 뒤덮는 것 또한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길잡이의 신성 아래 융해된 존재는 마음만 먹는다면 언제고 흉내 낼 수 있게 된다. 철을 녹였다면 그와 같은 강도를, 옷을 녹인다면 그 짜임새와 마감 따위를. 물론 본 재료의 한계로, 그것들은 길잡이의 인지 능력을 잡아먹는 게 아닌 이상 새카맣기만 할 뿐이다.
간략하게 신성의 활용 방식 일부를 정리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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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을 날카롭게 벼려 병장기로 사용할 수 있으며, 그 자신이 직접 손에 들고 있지 않더라도 자유로이 움직일 수 있다. 그림자는 여전히 공중에 존재할 수 없지만 어둠은 다르다. 따라서 이전과 달리 공중에 발판을 만들어 움직이는 등, 이동이 전보다 자유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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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의 틈새로 신성을 불어넣어 강도를 높이거나 표면을 감싸 강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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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을 이용하여 주변을 감지하는 것 또한 가능한데, 이는 그림자에 한정되며 빛의 세기나 방향 등 변동 사항이 다양하여 정보 값은 유동적이고 불명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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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을 어둠으로 감싸 선택적으로 융해할 수 있다. 이때 수단을 가릴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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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하게 융해한 대상을 모방할 수 있다. 기록은 축적되는 것이기 때문에 습득한 정보가 많아질수록 활용도가 다양하다. 이는 생물과 무생물을 가리지 않으나 신성과 마법은 흉내 낼 수 없으며, 당연하게도 생명을 창조할 수 없다.
나침반
≪ 등불 ≫
이전의 물건과 같은 물건이라 할 수 있는가? 알 수 없다. 그러나 길잡이는 또다시 등불을 들었고, 이 세계에서도 밤 중 떠오른 난색 불꽃은 길잡이의 상징이 되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이 세계에서는 그것이 불길함을 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