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조금 더 알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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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5일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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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것은 유급휴가, 싫어하는 것은 업무시간 외 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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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상한 어머니와 엄격한 아버지 그리고 든든한데 성격 안 맞는 손위 형제와 귀엽긴 한데 내 물건을 자기 것 처럼 쓰는 손아래 형제를 가지고 있다. 삼촌은 어디서 뭘 하는지 모르겠지만 가끔 얼굴 볼 때면 용돈을 주시고, 할아버지는 라떼를 좋아하신다. 어디에나 있을 법 한 그냥저냥 화목하다면 화목하다 할 수 있으며 빼어날 것은 없으나 별달리 트러블도 없는 집안. 가족들이 전원 아르콥스의 사랑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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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옷에 트임을 넣는 것도 우스운 수준의 조그마한 익은 보릿빛깔 날개가 등짝에 붙어 있다.
2. 제비특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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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몬의 자랑, 물류의 혁신! 제비특급은 어떤 물품, 정보, 서신도 정확하고 빠르게 전달합니다! 물품이 유실될 경우 당사의 보험 약관에 따라 손실이 보장되며, 천재지변 등의 특수 요인에 대해서는 첨부한 책임 상세 사항을 확인해 주십시오.(이 부분은 어쩐지 깨알같은 크기로 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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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사에서는 사내 미결속자를 위한 복지로 생애 1회 일주일의 ‘결속 휴가’를 제공합니다. 성역행에 사용될 경비의 50%를 지원하며, 성역과 가장 가까운 지사 두 곳에 직원용 회관을 운영하고 있으므로 숙식 또한 지원받을 수 있습니다.
특별히 공부나 기술에는 관심도 재주도 없었기 때문에, 열 여덟살 때 부터 제비특급에서 일했다. 헤몬에 몇 군데 있는 꽤 큰 물류 회사 중 하나로 나름대로 조건이 좋은 사업체에 속한다. 처음에는 우체통을 돌며 편지를 수거하는 일을 맡았는데 정규 직원이 되고 부터는 제대로된 집배원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사용하는 신성 또한 이에 알맞은 것이어서 제비특급의 그럭저럭 괜찮은 인재상. 열정넘치게 활약하기 까지는 하지 않지만 유용한 직원 넘버 파이브 정도 된다. 이번에 결속 휴가를 신청하기로 했다. 어차피 가야 하는 거, 복지까지 챙겨준다는데 후딱 해치우고 남은 휴가는 꿀처럼 달콤한 휴식시간을 가지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비바! 대감집 노비.
3. 뭔가 잘못된 것 같은데요?
제비특급의 미결속자 복지를 맛있게 싹싹 긁어먹기 위해 성역행을 떠나 등산 한 번 하고 나머지 남은 날은 끝내주고 야무지게 아무것도 안 해야지, 라고 생각하며 산을 올랐으나… 산을 올라 당도한 곳은… 산 아래였다? 아니 아르콥스님이 오셔서 홀리한 경험을 한 번 시켜주신 다음에 보내주시는 거 아니었나? 혼돈과 혼란에 빠져있을 때 누군가가 현실을 직시시켜 주었다. “사도시군요!” 제가요? 사도요? 진짜요?
대충 다들 타고난 신성, 마법, 특징이 그러니까 그런가보다, 아~ 랄파다님이 사랑해 주셨으면 배 타서 밥벌이가 더 좋았을것 같은데. 이런 생각을 하면서 사는거 아니었나요? 양말은 신발을 신기 전에 먼저 신는 거라는 당연한 상식처럼 타고난 신성과 사랑에 그냥 순응하는것 뿐이지, 대체 누가 온 마음을 다해 진실되게 신님을 믿으면서 주신 사랑에 감사하며 신실한 신앙 생활을 한단 말인가? 이에 대한 답은 바로…
“너랑 대충 스물 몇명 빼고 이 세상 사람들 전부”가 정답이다.
공교롭게도… 이변이 일어나 흉흉한 시기였던 것이 파세르에게는 일생일대의 대 참사가 되었다. 할 수 있는 거랑 별개로 살아생전에 싸움이라는 단어와 단 한번도 연관된 적 없었건만, 대단하신 사도님으로 판명된 탓에 제 의지와 무관하게, 의지를 개입시킬 만큼 정신이 차려 지기도 전에! 소집당하고 말았다. 저 집에 가면 안 되나요? 출근해야 하는데…
그 때 제비특급에서 도착한 서신.
『귀 사에서는 ~요약하자면 장기 무급 휴가 인정하겠습니다 잘 하고 오세요, 직원이 사도였다니 참 희한도 하지, 아무튼 세상의 명운을 잘 부탁해~ 이오니 모든 여정에 행운이 깃들길 바랍니다.』
안 되는구나… 심지어 무급이구나…
4. 신성
결속에 실패하고서야 깨달은 점이 있다. 여지껏 아르콥스의 사랑을 받은 입장으로 바람스럽게 활용해야 하지 않나 하고 생각해 그렇게만 활용했을 뿐이라는 것을… 애초에 자신의 신성은 바람과 그에 실려온 파동만을 다루는 좁은 범주의 신성이 아니었던 것이다. 땅이나 물에다 대고 써볼 생각을 손톱만큼도 안 해서 그렇지… 알았더라면 지금 이 타이밍에 결속하러 가기는 무슨, 그냥 아닌 척 사태가 수습될 때 까지 파이팅 사도님들! 을 외치며 별로 안 행복한 출퇴근 라이프를 살았을텐데. 유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