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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르페

라르케아에서 연금술을 논하려거든 첫 번째로 다르페를 찾아가라.

연금술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 보았을 문장이다.

 

1. 과거

신성이 존재하는 이 세계에서 연금술은 그리 주목받지 못하는 학문이었다. 세계의 법칙은 신에 의해 정립되는 것이니 탐구할 필요가 없다 여기는 인식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인식은 사도 파라켈수스, 즉 아타나스 다르페의 등장으로 일변한다.

 

그는 기초적인 약물의 정제, 간단한 금속의 변화에 그치던 연금술을 실생활의 영역까지 끌어올렸다. 특히 그가 만들어낸 ‘엘릭서’는 마수와의 전선에서 치유 계열 신성에 대한 의존도를 유의미하게 낮추었다고 평가받는 포션이다. 가벼운 절상 등은 엘릭서만 있어도 대부분 치유가 가능했고, 중상이더라도 리토네가 치료할 수 있게 되기까지 시간을 벌어줄 수 있는 역할 정도는 충분히 수행했기 때문이다. 특히 인력이 부족한 북부 전선에서 엘릭서는 크게 각광받게 되었다.

 

그와 동시에 ‘신성 탓인지 특이한 걸 연구한다.’ 혹은 ‘세계의 원리를 이해하려고 하는 행위는 신성모독이다.’라고 말하는 이들은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게 벌써 200년 전. 그러니 당연하게도 연금술에 대한 인식은 점점 나아져, 현재에 이르러서는 제법 인기 있는 학문이 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적어도 마탑에서 정기적으로 학회가 열릴 정도로는 말이다.

 

그러니 그의 이름, 다르페가 명성을 얻는 것도 당연한 수순이었다. 사도로서 체면을 살려주기 위해 받았던 명목상의 자작위에서 공로를 인정받아 후작위로 승격된 것이 180년쯤 되었을까. 그리 긴 세월은 아니지만, 짧은 세월도 아닌지라 오래 살아온 이들이 아니라면 다르페는 당연하게 후작가라고 여길만한 시간이 지난 셈이 되겠다.

 

2.현재

현재의 다르페는 어엿한 귀족가의 형태를 하고 있다. 아타나스의 아이들, 그리고 그들의 자식, 또 그 자식의 자식… 그러나 현손자가 존재하는 지금에서도 많은 인원이 속하게 된 이름의 주인은 여전히 아타나스였다. 누군가는 욕심이 과하다 말하고, 누군가는 다르페의 역사와 같은 그가 계속해서 가문을 이끌어 나가는 것이 맞다고 말한다. 그 말에 아타나스가 동의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단 하나 확실한 건 자식들 중 그 누구도 자신의 자리를 잇기에는 충분하지 않다고 여긴다는 점이다.

 

3.가족

그에게는 많은 가족이 있다. 그러나 현재 아타나스가 관심을 두는 가족은 자신이 직접 낳은, 언젠가 자신의 자리를 이을 자식 정도이다. 랄파다의 사랑을 받은 배우자는 이미 생을 다했으므로. 그러니 그들에 대해 설명해 보자.

 

행방이 묘연한 첫째. 후계자가 될 확률이 가장 높다 칭해지는 사교계의 유명 인사인 둘째. 사랑스러운 셋째. 120세쯤에 결혼하여 얻은 아이들은 하나같이 뛰어났다고 한다. 그때쯤에는 그도 제법 육아에 충실했다는 이야기 또한 돌아다닌다. 그러나 어떤 일을 계기로 첫째는 행방불명. 둘째는 그 일로 어머니를 증오하여 여태까지 반목한다는 이야기는 라르케아 사교계에서 비밀도 아닌 대화 주제였다. 실제로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나, 그 정도면 완벽한 어머니를 견디다 못해 떠나버린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돌 정도였으니 적어도 육아를 ‘너무 열심히’ 했다는 사실 정도는 알 수 있겠다.

 

그렇게 깊어진 골은 세월이 흐르는 동안 돌이킬 수 없어진 게 분명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의 식탁에 독이 든 홍차가 올라오는 일이 일상이 되고, 베개 옆에 칼이 꽂히는 게 안부 인사가 될 리 없었으니까. 그러나 본인은 역시 내 딸이라며 그저 웃어넘길 뿐이니 이제는 모두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듯했다. 굳이 아직까지도 말리는 사람이 있기는 하다. 평범한 가정을 이룬 평범한 아이기에 아타나스가 적당히 귀여워하고 마는 막내딸 말이다.

 

아타나스

사도 파라켈수스. 그에게는 가지고 싶은 게 많았다.

지식, 명예, 부, 권력까지도.

 

한샤의 사랑을 받고 태어났다고 말하지만, 그가 기억하는 것은 아기였던 자신을 바구니에 담아 강에 흘려보내며 미안하다고 말하는 누군가의 목소리이다. 타고난 천재성 덕에 그 목소리를 기억하는 게 불행인지 다행인지. 강기슭에 걸린 바구니를 어떤 지방 귀족이 주울 때, 혹은 그를 후견인으로 삼아 자라날 때부터 그의 의문은 참 많았다. 신의 사랑은 어디서 오는가. 신이 인간을 사랑한다면, 왜 어떤 사람은 이렇게 버려지고야 마는가. 신의 사랑이 내려지는 것이라면, 인간은 어디에서 와서 어떤 법칙을 통해 네 신중 하나에게 사랑받게 되는가.

 

그리고 자신에게 사랑을 내려준 신을 사랑하고 섬기며 따르는 것이 당연할진대, 나는 어째서 한샤를 사랑하지 못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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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다섯이 되고 그 답을 구하기 위해 성역의 산에 올랐을 때, 그는 깨달았다. 자신이 사랑하고 섬길 것은 탐구이고 진실임을.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는 언제나 의문을 가졌다. 답을 원했다. 그게 자신의 천성이었는데, 첫 주제가 사랑인 탓에 착각한 것이다. 그걸 깨달은 후에는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어떤 신과도 결속은 하지 못했으나 사도의 증명을 받은 그는 신전으로 가서 사도로서 이름을 받고, 마탑에 속하여 연구를 시작했다. 자신의 신성과 이어지는 연금술. 세계의 법칙을 탐구한다는 그 학문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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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에는 가지고 싶은 게 점점 늘어났다. 그리고 쉴 틈 없이 달려 많은 걸 가지게 되었으니, 본인이 걸어온 길이 얼마나 옳게 보이겠는가. 문제는 거기에서 발생했다. 사람의 여건은 모두 다른데, 그는 자신이 걸어온 길만을 지금까지도 정답으로 여긴다.

 

사도

그의 욕심이 향하는 방향이 사회에 이득이 되는 방향과 같다는 것은 다행인 일이었다. 사도로서의 아타나스는 온갖 약품을 발명하여 사람들의 삶을 이롭게 하고, 마수 처리에 손을 보태며, 자신의 이득에 반하지 않는다면 동료에게도 기꺼이 협조하는 사람이었다. 그와 깊은 교류가 없다면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행하는 사람이라 여길 수 있을 정도로.

 

 그러나 아타나스의 행동 원리는 그렇게 이타적인 게 아니었다. 발명해 낸 온갖 약품은 법칙을 탐구하는 동안 발생한 부산물이며, 그 부산물이나 다른 약품을 자신에게 먼저 시험해보는 것은 그저 약품의 효과를 기록하기 위해 남에게 시험해 보아야 결과를 제대로 통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인간을 상대로 실험하는 일은 이런저런 제약이 많은 편이기도 했고. 마수 처리에 손을 보태는 것은 그저 마수에 대해 연구하기 위함이며, 자신이 만들어낸 약물의 효과를 알아내기 위함이기도 했다. 그에 따라오는 명성도 덤으로 여기긴 했지만.

 

연금술

금속 변환, 합금 제작, 약품 제작. 온갖 물품을 만들어 내고는 있지만, 그 대부분은 세계가 돌아가는 법칙에 대한 탐구에서 파생된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최근 연구 분야는 연금술의 한계. 신성을 배제하고, 연금술의 보조와 마법만을 사용하여 어디까지 마수와 대적할 수 있는가이다. 굳이 그런 연구를 해야 할 이유에 관해 묻는다면 그는 대답할 것이다. 인간의 힘만으로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가 궁금하다고.

 

ETC.

• 마법 실력이 출중하다고 평가된다. 또한 실생활에도 숨 쉬듯 마법을 사용하고 있다.

• 굳이 세계의 법칙을 파헤치려 하며, 인간의 한계를 연구하고 있는 탓에 온갖 곳에서 괴짜 취급을 받고 있다. 그래도 괴짜라는 평판으로 그친 건 그의 사회적 위치 덕일 것이다. 

• 취미는 마탑의 유망한 젊은이들을 불러다 놓고 티타임 가지기. 당연하게도 초대한 사람만 즐거운 티타임이다.

• 그의 연구실 소속 연구원들의 원성이 자자하다. 평범한 사람을 이해하지 못하는 천재. 거기에 본인이 워커홀릭이기까지. 퇴근도 못 해, 성과가 없으면 혼내지도 않고 벌레 보듯 쳐다봐. 그래도 왜 그 연구실인가 물어보면… 지원금과 지도자, 연구 내용 탓이라는 비명이 들려오곤 한다.

• 20년 전까지는 다른 나라를 돌아다니는 일도 잦았지만 현재는 일이 없다면 마탑, 혹은 저택에서 연구하거나 독서를 하며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 검을 어느 정도 다룰 수 있다. 실력 자체는 배운 세월에 비하면 그럭저럭 평범. 호위는 호문쿨루스가 있고, 몸을 움직이는 일에도 흥미가 없으니 정말 급할 때 호신용으로 사용할 만큼만 배웠다고 한다.

• 자신보다 100살 이상 어린 사람은 모두 아가라고 부르고 있다.  그 외에는 자네, 혹은 드물게 이름을 부른다. 연장자에게는 대부분 이름 또는 사도명. 말투 또한 좋게 말하면 고풍스럽고, 나쁘게 말하면 낡았다고 할 수 있다.